그래, 나는 너를 죽이고 싶었다. 하고, 나는 말한다.
사랑이 식었잖아. 헤어지자 말해놓고도, 몇 달이나 질질 끌다가 어느날 침대 밑에서 찢어진 콘돔을 발견한 날이었다. 처음엔 내 껀 줄 알았는데,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 거울 너머로 그녀가 후다닥 치우는 걸 보고서야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럴 땐 과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가. 쿨하게, 그렇다, 이런 걸 보고 쿨하게 라는 말을 쓰는 모양이지만, 나는 전혀 쿨하지 않았으므로 그녀가 잠든 사이 핸드폰을 뒤졌다. 그래, 먹다 남은 쓰레기를 뒤지는 도둑 고양이처럼 나는 그녀의 문자 메시지를 뒤지고, 기어이 그녀가 나의 등 뒤에서 바로 그 순간까지도 다른 남자와 데이트 약속을 잡았던 것을 확인하였다. 그것 참 떨리게 재미있더군.
잠든 그녀는 너무나 무방비 상태였고, 하얗게 마른 목은 너무나 갸냘퍼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칼로 그림자를 베듯이 나는 방문을 닫고 동이 트는 새벽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잠들 수 없었고, 상처가 무럭무럭 잎을 펴기 시작했다. 이것은 도대체 어떤 감정인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익숙한 느낌. 그래. 상처는 이미, 돌아왔냐며, 침대맡에서 내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동안 어디 갔었던 거야. 너 없는 동안 내내 외로웠다구. 그것은 비열하며, 동시에 능글 맞은 웃음이다.
실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살면서 몇 번이나 나는 선이라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해가 지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누군가 흙발로 그어놓은, 마치 백 미터 피니쉬 라인 같은 모습으로 내게 처음 발견되었다. 런, 난다, 런! 이상하게 무서워서 나는 그대로 등을 돌려 뛰기 시작하였다. 이를테면 고등학생 시절 매점 아줌마를 짝사랑하게 되었을 때, 모두가 비웃었지만 그녀는 너무 뜨거웠으니까. 3년 동안이나 짝사랑한 아이가 매일 자신의 애인이 지긋지긋하다고 토로하면서도 새벽에 안녕- 그 남자와 박찬호 야구 경기를 보러 갔을 때도, 그후로 다시 3년이나 잘만 사귄 애인이 어느날 문득 홀린 듯이 첫사랑을 만나 자고 들어올 때도 나는 그 선을 발견하였다. 맙소사. 이제 또 다시 뛰어야 할 때인가? 매정하단 얘길 들었다. 그 때 마다. 하지만 당신들이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죽을 듯이 달려온 마라톤 경기 피니쉬 라인에서 이것이 빌어먹을 스타트 라인이며, 다시 뒤돌아 뛰어야 하는 나의 심정을.
해서 며칠째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 정말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수신거부하는 동시에 수신거부되는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를 잊어야 할까? 잊는다는 게 그리 쉽나? 기억이라는 건 어딘가 세포가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뜻 아닌가? 일일이 찾아가서, 이봐요, 잊을 거니까 잘 좀 부탁합니다. 라고 말해야 되나? 그럴 수가 없잖아. 시간은 약이라고, 몇 날 며칠 앓으면 잊혀질 거라고 말하지만 그럴 수록 너무 괴로워서, 마치, 폭풍이 나의 뒷통수에 구멍을 내고, 이봐, 우리가 왔다구! 소리 치며 나의 모든 것을 휘젓는 기분이었다. 뭔가, 다시 뛰어야 하나? 미친 듯이, 미친 듯이, 뛰어야 하나?
다시는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정말이다. 그 자식들의 속성을 이제는 알았기 때문이다. 놈들은 피하면 피할 수록 그것을 즐거워 한다. 몸을 더욱 키우고, 나를 더 높이 들어 올렸다가, 이봐 세상이 원래 그래, 땅바닥에 내던진다. 미친 놈아, 그래, 사랑을 믿었냐? 여자를 믿었어? 연애라는 게 원래 그래. 하드코어한 세상이라구! 그들은 내 피를 빨아 먹지만, 더이상 내어줄 살점 조차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그 선을 넘기로 한 것이다. 다시는 등을 보이며 뛰지 않겠다고. 기다리는 한 폭풍은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당신의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그 안에서 살아 숨쉰다. 다시 상처가 너를 괴롭히겠지. 그리고 다시 그것이 돌아왔을 때, 당신은 더욱 피폐하고 불신의 눈빛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곤 말하겠지. 당신도 똑같군요! 씨발 언제까지 그 기억을 달고 살 작정이냐고.
상처의 대부분은 두려움에서 파생된다.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당신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그녀의 입으로 듣기가 무섭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는 그녀가 거짓을 말할 때이며, 당신이 폭풍에서 벗어날 유일한 희망으로 그 거짓을 붙잡게 될 때이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상처는 그저 상처일 뿐이며, 그 거대하게 보이는 폭풍도 실은 갸냘픈 목을 가진 한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 그녀를 다시 만난다. 잊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오는 전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만나서 그래 행복한가 물으면, 전혀 그렇지가 않잖아. 다만 그녀에겐 다른 남자가 있으며,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뭔가, 함께 할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전혀 해피한 표정은 아니지만, 이제 막 폭풍을 건너온 사람에게 더이상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당신에겐 정말로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할 수만 있다면 돼지창자 같은 나의 상처 따위가 아니라 무언가 더 순수한 뇌를 잘라다 바치고 싶었는데. 그러나 이것이 내 절망의 끝이다. 나의 절망이라는 것은 이토록 하찮으며, 다음에는 무언가 더 좋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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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돈많고 명짧은 사람이면 다 좋아~
Tracked from 권대리 2008/06/24 12:35 delete어떤 타입의 이성을 좋아하느냐 라는 친구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않더군요. 갑자기 받은 질문에 당황한터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가 않았거든요. (대답이라도 잘했으면, 그 친구가 소개팅이라도 시켜줬을까요? ㅎㅎ) 몇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냥 일상의 소소한 개인의 삶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곤하더군요. 이십대 시절이야, 기왕이면 얼굴예쁜 아가씨가 좋고, 이십대 시절이야, 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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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기억해요?..기억해요..
Tracked from 낭만타로술사 tO Tarot Master -_ -V 2008/06/24 19:31 delete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 김연우 - 지운줄 알았어 너의 기억들을 친구들 함께 모여 술에 취한 밤 니 생각에 난 힘들어 그런채 살았어 늘 혼자였잖아 한때는 널 구원이라 믿었었어 멀어지기전에 그것만 기억해줄수 있겠니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 가끔 널 거리에서 볼까봐 초라한 날 거울에 비춰 단장하곤해 아프진 않니 많이 걱정돼 행복하겠지만 너를 위해 기도할께 기억해 다른 사람 만나도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 웃을수 있었어 널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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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이러니 한 것이,,,
헤어진 이후,
서로가 수신거부하는 동시에 수신거부되는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죠~
ㅜㅜ
안녕하세요, 리틀우주님.....ㅎ
잊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전 이게 좋아요. 더 오랜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그냥 상처에 두둥실, 몸을 맡겨 보아요-
기억을 삭제하는 법... 꼭 익힐 수 만 있다면...
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면, 나의 용량은 아마도 생쥐와 비슷할 듯. 맛 들이면 헤어나오지 못할 거예요..
비밀댓글 입니다
.......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잊혀져요. 문득 문득 떠오르는 얼굴도 흐려지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죠. ^- ^
모든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하지만 기억이란 건 각자가 다 다르잖아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있죠. 그렇지 않나요...
잊을려구 하면 더 생각나구 잊을만 하면 생각나구
잊었다 싶으면 생각나구 결국 사랑은 잊혀지는게 아니라
가슴에 담고 참고 살아야 한다는거 다른 사랑이 찾아와도 버리지 못한다는거
말할수도 없다는거 평생 가슴에 한이 되어 추억이 되어 남아있게 되는거.....
죽을때 흘리는 눈물은 누구를 위함인가....?
아, 안녕하세요. 사춘기 소년입니다- 아이디를 보긴 했는데, 도무지 뭐라고 불러드려야 할지 남감하네요. ㅋㅋㅋㅋ 티스토리엔 가입하신지 얼마 안 되신 것 같던데, 즐거운 블로그 생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반가워요. ㅎ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게 아닌, 단지 그시간들의 감정들이 무디어질뿐이죠..
그래서 무덤덤한것이고, 애써 떠올려봐도 별 감흥도 생기질 않는...
식사는 하셨나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거 아니겠어요? ㅎㅎ
오후도 활기차게 보냅시다!! ^^
언제나 듬직한 권대리님.... 부끄러운 글이라 저는 트랙백을 보낼 수가 없었어요. ㅋ 식사는 아직이요. 요즘엔 진짜 입맛이 없어서, 잘 챙겨먹지 않게 돼요. 그렇지만 영 힘이 없어서, 아, 뭔가 먹으려구요. ㅎ
참 저런 상황에서 '쿨하게'라는건 어렵겠어요ㅠㅠ
ㅋㅋㅋㅋ 잘 모르겠어요...
아..ㅋ
너무 와닿는 글이군요..^^ㅋ
ㅋㅋㅋㅋ 이런 글 와닿으면 안돼요. 저기 멀리, 딴 데 가세요..ㅎ
살면서 정말 무서운건 사람이 것 같아유....역시나....
ㅋㅋㅋㅋ 어쩐지 무서운 게 많으신가봐요. 무섭죠, 사람. 무서울 때 필요한 것도 사람이고..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잊기가 어렵더라구요...
참 마음처럼 안되죠.
그냥 감정이 흘러가는 데로 움직이면 될 것 같아요. 서두를 것도 없이, 흐르는 데로....마음처럼 안 되는 것은, 결국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토킹 어바웃. 찾아가서 말해보세요..차분하고, 담담하게. 차분하고, 담담하게. 차분하고, 담담하게....
잊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막상 직접 하려고 하면 어렵지만..^^;
정말요. 문득 문득, 마음이 아픈 게 사실이에요..
저도... 싫다고 먼저 손을 놓아버리고는..
기다리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아직 핸드폰번호 바꾼다 바꾼다 하고는 못 바꾸고 있어요.
근데... 이미 손을 놔버린 사람끼리는 다시는 친구로도 만나지 않는게 좋더라구요.
예전에 한번 친구로 지냈다가...참 애매하게 되버려서...쩝..
그렇죠. 친구라는 건, 정말로 애매하다니까요. 여러가지로 씁쓸하기도 하고요. 응.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정말 쓸쓸하지요. ㅎ
전 그냥 제 마음을 잘라 보여주고 싶어요...
..........그럴 때가 있지요. 할 얘기는 많은데, 말이 되어 나오지 않을 때..
전 이상하게 어릴적 큰 상처 이후로 ...사랑이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수박 겉 핣기 식으로 사람을 대하다 보니까....
그렇게 큰 상처는 받지 않았지만.
제가 마음을 열었따할때부터 무서워지더라고요
저 부터 제어가 안된다는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좀 더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당신의 상처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나는 바보이기 때문인지, 마음을 잘 열어요. ㅋ
저는 사랑했던 사람의 심장에 칼을 꽂았습니다. 그는 차갑게 변한 저를 보며 그래도 사랑한다며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내었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했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과거에만 있고 멈춰진 감정은 아무리 깊고 뜨거웠던 사랑이라 할지라도 다시 살아날 수 없음을 알기에 그저 안녕의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죽은것이 아니라 각자의 가슴안 한구석에 놓여진 유리병속에서만 숨을 쉬고 있습니다. 나오지 못하게 꼭꼭 묻어두었지요^^ 사랑은..그래서 가슴이 아픈가 봅니다
저는......한번도 사랑이, 변해본 적 없어요. 그래서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감정을, 정말로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