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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패션은 어떻게 나아가는가 (2) : 데일리 프로젝트


입지전 (立志傳) 이라는 말은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뜻을 세워 노력하여 목적을 달성한 사람의 전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저는 故 이동수 디자이너가 바로 그런 입지전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42년에 태어나 트리샤 패션을 거쳐 서른한 살이 되던 72년에 여성 부티크 우연을 오픈하지요. 유신헌법이 발표되던 바로 그 해입니다. 남성이 여성복을 만든다는 것조차 신기하던 시절의 작은 부티크를 상상하여 주세요. 그는 옷을 만들었고,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난 82년에 (주) 우연 주리를 설립합니다. 그리곤 88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웨어 전문 디자인을 전개하기 시작하지요. 그의 나이, 마흔 일곱.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그 후 그는 파리와 밀라노에 각각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하고, 94년엔 주식 시장에 등록, IMF 시절의 98년엔, 당시로선 파격적인 디자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원통형의 사옥을 청담동 한복판에 선보입니다. 그의 나이 이제 쉰일곱이 되던 해였고, 폐암으로 별세하기 4년 전의 일이죠. 60년, 그의 삶이란 과연 어떠한 것이었을까, 저는 가만히 상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 다음의 이야기지요. (주) 우연 주리는 88년 동마산업을 거쳐 03년에 이동수 F&G 로 법인명을 바꾸고, 부인이신 서혜자 회장이 회사를 이끌어 나갑니다. 그의 슬하엔 아들 없이 네 명의 딸이 있었는데, 그들은 각기 회사의 중추로서 사업을 돕기 시작하지요. 이른바 가족 경영. 저는 이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겠지요. 디자이너의 네 딸이라니, 그들의 취향과 열망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들이 야심차게 준비하여 07년에 선보인 것이 바로 여러분도 아시는 멀티샵, 데일리 프로젝트입니다.

오픈 당시에 막내인 이정은 부장은 데일리 프로젝트를 일컬어 "국내 패션인들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로서 이동수 F&G 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데일리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대외적인 포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데일리 프로젝트는 인디 매거진 맵스나 브로큰세븐과도 꾸준히 연계하고 있으며,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 전시 공간을 내어주고 있지요. 문턱이 높은 강남의 패션 매장이 아니라, 문화와 패션을 위한 허브로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답니다. 그리하여 전화를 걸어, 담당자를 만나게 된 것이죠. 어떤 식으로든 얘기를, 듣고 싶었으니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사춘기 소년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패션은 어떻게 나아가는가를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요. 먼저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네. 저는 데일리 프로젝트 홍보를 맡고 있는 김지은이라고 합니다.

먼저 간단하게 데일리 프로젝트를 소개하여 주세요.

데일리 프로젝트는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패션 공간을 표방하며, 07년 7월에 오픈한 문화 복합 공간이에요. 자유롭게 의견이 소통될 수 있는 터널이자 아카데미를 지향하고 있지요. 일단 시스템은 이정희 이사님을 비롯해서 바이어와 홍보기획팀으로 이루어진 운영사무국이 있고요, 그 외에 편집매장과 카페 팀으로 나누어진 스태프가 있습니다. 매장 구성은 1층이 여성 라인이고요, 2층이 유니섹스, 남성 라인이에요.

구매의 기준이랄까, 브랜드 기획은 어떻게 하시나요.

구매는 매 시즌마다 파리와 뉴욕, 런던, 밀라노를 중심으로 이정희 이사님이 직접 챙기시는 편이에요. 기준이라면 일단 디자인의 독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한국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해외에선 주목 받고 있거나 혹은 실력을 인증 받은 브랜드를 위주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특별한 컨셉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 아무래도 한국의 일반 취향을 고려해서 옷이 정말 예쁠 때 구매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데일리 프로젝트가 보통 영한 이미지, 신진 디자이너의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난한 옷도 아주 많이 있답니다.

전시 공간은 어떤가요. 보니까 사진 기획전도 하시더라고요.

네. 일단 전시 같은 경우엔 저희가 직접 기획을 하고요, 문의가 들어오면 검토해서 진행을 하기도 해요. 이번 전시 같은 경우엔 강민구 씨가 파티 사진을 전문으로 찍으시는 분인데, 저희 쇼룸이나 내부 행사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이번에 책이 나온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전시와 파티까지 함께 하게 된 거고요. 일단 연락을 주시면, 언제든지 저희가 검토해서 승인을 받은 후에 진행을 하게 됩니다.

십만 원 프로젝트도 진행하시던데.

네. 십만 원 프로젝트의 본래 취지는 대관료를 대폭 낮춰서 예술가들이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게 하자는 거였고요.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기획이 되었던 건데, 워낙 반응이 뜨겁고 저희도 좋아서, 내부적으로는 5월까지 연장을 검토하고 있어요. 스케줄은 이미 거의 다 찼는데,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요. 원하시는 분 있으시면 일단 연락 주셨으면 좋겠어요.

프리마켓은 어떤가요.

프리마켓은 블로그에 공지를 띄우면 메일로 신청서가 와요. 보통 야외 공간에 스무 팀 정도가 오면 꽉 차는데, 회가 거듭 될수록 신청이 너무 많아져서 요즘엔 따로 심사를 하고 있어요. 상업적인 쇼핑몰은 일절 배제하고요, 개인적으로 안 쓰는 물건, 직접 만든 옷, 액세서리, 오브제, 그림 같은 것만 판매가 가능하세요. 


김지은 씨는 언제부터 데일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제가 원래 디자인을 했었거든요. 07년 오픈부터 함께 준비하다가, 겨울에 아예 들어왔어요.

현실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사실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솔직히 영업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매출이고요. 그 외에 크게 힘들었던 적은…

편집샵으로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아, 그런가요? 사실 저희가 내부에만 있다 보니까, 외부에서 저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얘기만 들었지 느낄 수가 없으니까...어떤가요?

활발하게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젊은 감성의 이미지랄까? 오픈 마인드. 다만 그러면서도 취재는 메이저 매거진만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한테 취재 요청할 거라고 했더니 힘들지 않을까 고개를 저었어요.

아, 아니에요- 맵스나 브로큰세븐, 나진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걸요. 협찬도 하고, 화보를 촬영할 땐 공간을 빌려주기도 하고요. 큰 매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희도 인디 매거진의 움직임을 좋아하니까, 앞으로도 꾸준히 연계할 생각이에요.

지난 일 년 반을 평가한다면.

사실 첫 해엔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고요. 08년 초엔 리노베이션을 하느라 잠깐 문을 닫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때 주위에선 아니, 생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문을 닫나, 오해를 하기도 했죠 :) 그러면서 3월에 재 오픈을 하고, 그 때부터 이제까지 막 달려온 거죠. 프리마켓을 하고, 갤러리를 열고, 09년 S/S 를 진행하고요. 그래서 저는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08년에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면, 09년엔 이러한 시도들을 꾸준히 보여줌으로써 온전히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느꼈던, 가장 큰 성취의 순간이 있다면.

작년 09년 S/S 쇼였어요. 저희가 작년 10월에 오 일 동안 제너레이션 넥스트 (SEOUL FASHION WEEK S/S 09) 를 데일리 프로젝트에서 진행했거든요. Diane Pernet 의 영상과 Henrik vibkov 를 비롯한 유럽의 디자이너들, 폴 앤 앨리스, 인스탄톨로지, 요괴를 비롯한 한국의 신진 디자이너들의 쇼가 열렸죠. 직접 모시지 못한 분들은 옷만 받아서 쇼룸에 전시했고요. 이 때 디자이너 미팅까지 치면 거의 6개월을 준비했어요. 홍보하고, 안내문을 만들고, 장비 대여에 모델 오디션, 착장도 맞춰야 하고요. 하다못해 호텔 예약, 케어까지 데일리 프로젝트의 적은 인원이 도맡아야 했거든요. 마지막 날이었어요. 에프터 파티에 사람이 얼마 안 오면 어떡하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그 때가 밤 열 시였거든요. 바깥에서 전화를 했는데, 벌써부터 사람들이 꽉 차 있다는 거예요. 그 파티가 끝났을 때, 정말로 기분이 너무나 좋고 날아갈 것 같았어요. 참 뿌듯했지요. 그런 기분에 이 일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 * *

인터뷰를 하고 돌아오면서, 저는 故 이동수 디자이너가 너무나 많은 것을 남겼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크게는 아쉬움이죠. 60이라는 삶은 너무나 짧은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동수 F&G, 사랑스러운 네 딸과 데일리 프로젝트, 그리고 서른한 살에 처음 부티크를 열었던 그 열정이, 그러나 현재의 서른 살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도 커다란 가능성으로 남겨졌다고 생각합니다. Locus of Fashion 은 패션의 궤적이라는 뜻이죠. 처음과 끝. 저는 이 두 개가 연결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흐름이 부디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는, 자기들을 위한 서비스컷

데일리 프로젝트의 Men's line staff 선승우 씨 (22) 와 Cafe staff 조규일 씨 (21) 인데요, 두 분 다 180 cm 를 훌쩍 넘을 것 같은 키에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가지고 계시지요. 아, 내가 또 자기들 생각을 안할 수가 없잖아. 조심스레 촬영을 부탁 드렸더니, 이내 아우라를 걷어내고 수줍은 미소를 보여 주었답니다. 나중엔 살짝 와서 이거 어디에 나오는 거예요? 라고 묻는데.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아무 데도 안 나가요; 소장하고 있을 겁니다. ㅎ


사춘기 소년은 henooc 의 노현욱 씨를 시작으로 각 분야 패션 인물들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깝게는 주목 받는 핸드 테일러링 브랜드, 인스탄톨로지의 지일근 씨 인터뷰가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있고요. 다음으로 폴 앤 앨리스의 디자이너 주효순 씨와의 만남 또한 예정되어 있지요. 인터뷰의 주제는 <한국의 패션은 어떻게 나아가는가> 입니다. 

패션은 기본적으로 산업이지요. 비지니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단순히 비지니스 이전에, 패션은 누군가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트렌드 안에 깃든 누군가의 열정. 그러한 열정이 전개되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로울 것 같지 않나요. 우리는 그러한 데이터를 한 데 모음으로써, 보다 뿌리 깊은 흐름을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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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꺄악!!!!!
    난다 쎈스쟁이! 규일씨 너무 귀여워.!(침 좀 닦고.ㅠㅠ)

    흠,흠,

    난다의 포스팅이 좋은건 너무도 친절하게 조근조근 이야기 해준다는 거야.
    나같이 패션의 F도 모르는 사람조차도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이 궁금해 질 정도로 말이야.
    데일리 프로젝트는 독특한 곳인거 같아. 고급 부티크 같은 느낌도 있고, 그러면서 인디의 거침이나 자유로움도 함께 공존해 내고있는.

    글 잘읽었어요. 천일 야화를 듣는것 같아.
    다음이야기도 기대하며 기다릴게요.:)

  2. ^-^ 다들 신기해하던데, 저, 이동수 F&G의 옷을 몇 벌 가지고 있어요.

  3.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패션은 이렇게 입어야 되는 것을 넘어서는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사춘기소년님의 글을 읽다보니.. 그동안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 라라윈님 감사합니다. 제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답글이 늦었네요. 하지만 패션에 관해서라면 저도 늘 부족한 걸요. 디자이너도 모르고, 브랜드도 모르고, 기본적인 관심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다만 신기한 것은 보통 패션에 대해서라면, 잡지나 친구나 형 누나에게 배우게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디자이너에게 직접 배우고 있어요. 패션이란 무엇입니까. 이 브랜드의 정체성은, 다음 시즌의 행보는 무엇입니까. 그래서 디자이너 분들에게 늘 감사하고 있답니다. 정말요. 나의 무지가 혹여 실례가 되지는 않을런지 걱정이에요.

      어쨌든 인터뷰는 계속 되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4. 비밀댓글입니다

    • 감사합니다. 제가 음.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해요. 이런 거 어디서 봤는데, 보통 아주 쉬운 작업 A 와 어려운 작업 B 가 있으면, 게다가 일의 순서도 A 가 먼저임, 그러면 보통 A 를 먼저 하는 게 맞잖아요. 그런데 나는 성격상 B 를 잡고 있어요. B 가 안 되면, A 도 없는 거임. 그래서 업데이트가 늦어지고 있답니다;

      말했지만 나도 일기가 쓰고 싶어요. 사랑에 대해서, 혹은 섹스에 대해서. 이런 거 말해도 좋을까 싶은 내용까지 쓰고 싶은데. 요즘 여기 관계자들이 자주 오곤 하니까요. 에. 그래서 나 사적인 용도를 위한 게시판을 만들고 있으니까 - 하지만 예기치 않게, 매거진이 만들어지고 있음 -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5. 역시, 마치 얼굴 마주보고 대화하듯 알아듣기 쉽게 써주신 소년님의 글은 정말 좋아요.
    어려운 내용이라도 다가가기 쉽고 다소 난감한 주제에 관한 글이라도 왠지 편하고..
    서비스컷은 저도 감사히 *^^*..

    • 당신의 러블리한 글들은 저도 늘 애착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답니다. 아가씨 이름도 막 궁리해보고.....홍부인. 다만 답글을 달 수 없어서, 늘 미안하게 생각해요.

  6. 정말 좋아하는곳인데 멀어서 자주 못가는 곳이네요. ^_^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분위기가 좋아요 데일리프로젝트, 구겨진 운동화에 낡은 후드티를 입은 사람에게도 말이지요.
    방금 접속했는데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는지 모르겠네요. 앞으로 자주 올게요.

    • 안녕하세요, ambergris님. 반갑습니다. 방금 홈페이지 갔었는데, 메모란에 제 블로그도 있어서 조금 민망했어요; 하지만 살짝 부끄럽게도, www.lof.co.kr 함께 소개하고 싶어요. ㅎ

  7. 호~ 패션업계도 저같은 사람한테는 다른 세상같아 보입니다.
    항상 멋진 디자인과 영감에 넘쳐 살고, 또 그런 주변 사람들에 둘러싸여 사는 모습이 부럽네요.

    덧. 그런데 lof.co.kr여기는 왜 안들어가지죠?